foreword 건축가의 메모·스케치의 매력 건축 스케치의 최대 매력은 건축가의 아이디어가 가장 간단하고 명료하게 그리고 그 사람의 인격까지 배어난다는 데에 있다. 건축 도면(드로잉)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많지만, 스케치는 대부분의 사람이 이해할 수 있다. 마치 어린 아이들이 그리는 그림과 같이 스케치에는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들이 무심코 드러난다. 한편 스케치하는 입장에서 보면, 자신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일단 다양한 이미지와 아이디어를 종이 위에 그려 놓고 나면 이것이 무엇일까 확인해 보고 싶은 강한 욕구가 일어나게 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그려 놓은 자신의 스케치에 대해 실망을 할 때도 있지만 다음 계획의 이미지 전개에 필요한 무엇인가를 시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한 번 그려진 스케치는 디자인이라는‘혼자만의 여행’을 위한 이정표임에 틀림없다. 이 때문에 메모나 스케치가 많다는 것은 그의 여행이 얼마나 충실하였는가를 나타내는 흔적과도 같다. 메모나 스케치를 하지 않는 것은 마치 자신을 위한‘여행’을 포기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스케치는 끊임없이 자기와의 사이에서 혹은 타인과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천년이 지난 후에도 스케치를 보는 것만으로도 항상 새로운 기운과 생명을 부여받게 된다. 마키 후미히코(木眞 文彦) 세상에는 많은 건축물들이 있다. 생긴 모양도 쓰임새도 다양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똑같은 건축물은 드물다. 건축물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특수한 조건들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부지가 있어야 하고 경제력과 특정 용도가 필요하다. 세상에는 많은 건축이 있다. 지어지는 과정도 다르고 의미도 다양하다. 자세히 살펴보면 똑같은 건축가가 설계한 건축물은 드물다. 하나의 건축으로 태어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요구된다. 부지에 관한 세심한 관찰이 있어야 하고, 건축주의 마음을 읽고 설득하는 논리,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 건축은 건축가의 머리에서 시작하여 손끝에서 마무리된다. 때문에 건축가의 손끝에서 나온 메모와 스케치에는 막연한 머릿속 이미지부터 구체적인 정보와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건축이 되기까지의 긴 여정과 흔적들이 배어있다. 이들은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미래를 예측하는 마술거울인 셈이다. 건축가의 메모와 스케치를 보는 것은 건축가의 마음을 엿보는 것으로, 부끄러웠던 지난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따라서 건축가에게 이들은 자신의 흔적에 대한 반성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건축가를 지망하는 이들과 일반인에게는 건축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건축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여기에 수록된 일본 건축가들의 메모와 스케치는 우리의 모습을 비춰보는 또 하나의 거울이 될 것이다. 한편으로 이들의 작업에는 유사한 점도 있지만 생각하는 방법과 작업 환경에서 많은 차이를 지닌다. 따라서 우리는 거울 아랫부분에 적혀 있는 ‘made in Japan’이란 글씨를 염두에 두고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역자 김기수(譯者 金 基守)